4선의 원혜영 의원이 지난 16일 "순천선거 이후 레드라인(금기)이 무너졌다"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당대표 탈당 이야기도 그런(금기를 넘어선)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의 당선은 제1야당 입장에서 믿기 힘든 결과였을 것이다. 이 선거 패배로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사퇴를 해야 했고, 이어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주도한 세월호특별법 여야협상이 깨지면서 당내 강온갈등이 폭발했고, 야당은 무기력을 보이며 미증유의 혼돈으로 빠졌다. '이정현 효과'로 호남 의원들이 강경투쟁 전선에서 빠진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이정현의 순천효과가 당에 큰 충격을 주면서 연쇄반응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원혜영 의원은, 새정치연합 스스로 정치무기력증과 안일함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해 국민들이 등을 돌린 이유를 순천선거 패배 탓을 함으로써, 다시 한 번 왜 새정치연합에 쇄신이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왜 순천선거 패배로 돌리는가?
원혜영 의원은 듣기에 따라 마치 순천시민들이 지금의 새정치연합 대 혼돈을 촉발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되는 망언을 한 셈이다. 자신들의 잘못과 무능함을 남 탓으로 돌리는 이 같은 비겁한 행태야말로 새정치연합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박영선 위원장을 대신해 새 비대위원장으로 문희상 의원을 선임한 것은 과연 잘한 선택일까? 왜 다시 문희상인가? 어쩌면 당내 그렇게 인물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 셈은 아닌지 새정치연합은 돌아봐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국회의석 130석을 가진 제1야당으로서 야당다운 모습 한 번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새정치연합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이 왜 등을 돌리는지 그 까닭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우리나라 정당역사상 제1야당이 130석이라는 거대의석을 언제 가졌었는지? 과거 야당은 잘해야 70석 내외였다. 그보다도 훨씬 미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야당은 지금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다. 때로는 정국을 주도하기도 했으며 국민들로부터 야당다운 야당이라는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도 일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모양새다. 즉, 야당으로서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 김영삼 시절처럼 당을 장악하고 목숨을 걸고 정국을 주도하기도 했던 그런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당 밖의 비대위원장 인사를 물색하다 좌절되고, 어쩔 수 없이 당내 인사로 5선의 문희상 의원을 선택 했지만, 그 전에 당 밖에서 다시 한 번 더 찾아볼 생각은 왜 안했을까? 명망 있는 학자들 중에서 찾고 싶었다면 서울대 조국 교수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또 어떨까?
또한 시골의사 박경택은 또 어떨까? 이들은 정치이력이 없거나 너무 짧아서 당을 말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줘서 안될까? 누구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그렇다면 한번쯤은 정말 제대로 화끈하게 판을 뒤집어보기라도 해야 하지 않은가. 그래야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다. 아, 새정치연합이 진짜 변하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려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모름지기 혁신이나 쇄신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는 것이다. 현 상황을 정 반대의 개념에서 뒤집어놓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보이는 법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자신들이 쥐고 있는 권력을 내려놓기 싫어서 온갖 핑계나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피해가는 혁신이나 비껴가는 쇄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잘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당이 때로는 야당보다 더 야당다워 보일 때가 있는 것이 작금의 이 나라 정치현실이다. 여당이 야당보다 더 젊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으며 혁신을 위해 여당이 더 몸부림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다. 새정치연합의 미래가 여전히 어두운 이유이다.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