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올해 초 광양지역 고로쇠 채취 및 판매농가들은 가짜 고로쇠 파동으로 많은 타격을 입었다. 지난 2월 광양지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가짜 고로쇠 파동으로 광양지역 백운산 고로쇠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벌써 반년이 지났다.


광양 백운산고로쇠는 광양의 대표적 농가 수익 상품중 하나로, 가짜 고로쇠 파동은 단지 고로쇠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초래 뿐 아니라 광양시에 대한 이미지 하락을 넘어 한철 장사를 위해 겨우내 피땀 흘려 수고한 고로쇠 농가에 직격탄을 날리며 지역전반에 걸쳐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사건이 터졌을 당시만 해도 '가짜 고로쇠를 판매한 업소에 대해 광양고로쇠영농조합법인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단호한 모습을 취했고, 또한, 광양시도 이번 파동을 계기로 그 동안의 관행이나 영농조합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개선 과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고 적극 실천하기로 했다.


그러나 6개월이 흐른 지금 어쩐지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짜 고로쇠를 구입해 판매한 업소에 대한 행정차원의 처벌과 고로쇠영농조합의 내부적인 조치가 아직까지 전혀 없다. 이유인즉, '가짜인줄 모르고 가져다가 팔았다'는 업소 주인들의 말에 처벌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광양시 관계자에 따르면 "가짜 고로쇠를 구입해 판매한 업소들이 가짜라는 사실을 모르고 팔았다고 주장해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순천시청 담당공무원의 말은 좀 더 구체적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순천경찰서에서 식품위생법 위반이 아닌 (가짜 고로쇠로 속여서 팔았다고 해서) 사기로만 입건하고 사건을 종결해서 행정차원에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 고로쇠 파동당시 순천시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산장 등 음식점에 직접 찾아갔으나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은 경찰이 모조리 수거해 행정차원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순천경찰서 관계자의 주장은 달랐다. 그는 "가짜 고로쇠 사건은 검찰로 송치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짜를 구입해서 판매한 업소들 명단을 광양과 순청시청에 전달했는데도 시에서 (행정차원의)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연 가짜 고로쇠를 확실하게 근절하겠다고 공언한 관계기관의 그 때 그 단호한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더구나 가짜를 가져다가 팔았지만 모르고 팔았으니 괜찮다는 식의 해석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대다수 선량한 고로쇠 채취농가와 판매자의 의견이다. 가짜 고로쇠 파동으로 피해를 본 농가와 정직하게 진짜 고로쇠를 판매했던 업소 주인들은 이 같은 사실에 한목소리로 분노한다.


광양 옥룡의 백운산자락에서 산장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가짜 고로쇠 파동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며 올 한해 선량한 업소들이 되려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데, 이에 대한 후속조치는 정말 한심한 수준"이라며 "가짜 고로쇠 근절을 위한 관계기관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고,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매년 가짜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광양시 중마동에 거주하고 있는 K 씨 역시 "이건 가짜 고로쇠를 팔다 걸리면 몰랐다고 발뺌하라고 가르쳐주는 것 아니냐. 시민들은 조치를 잘했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배신감은 물론이고, 가짜를 팔아 챙긴 이득에다 걸리고도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아 지금쯤 뒤에서 웃고 있을 자들을 생각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며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가짜 고로쇠를 판매한 식당과 산장 등 업소명을 알려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광양시는 "행정처분을 받지 않은 이상 알려 줄 수 없다"는 여전한 답변이다.


가짜 고로쇠를 판매한 업소에 벌금이나 영업중단, 업소공개 등의 행정처분을 한다 해도 가짜 고로쇠를 근절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상황인데, '몰랐다'는 말 한마디에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은 현실에선 광양 고로쇠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은 앞으로도 쉽사리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광양 고로쇠의 명성을 유지하고 정직하게 고로쇠를 판매한 다수의 농가를 위해서라도 광양시나 고로쇠영농조합은 판매업소 명단공개와 행정처분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법 테두리 안에서 불가능 하다면 고로쇠영농조합이나 단체에서 판매업소에 대한 제명과 채취권 박탈로 다시는 고로쇠를 판매 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순간적인 소비자의 의식과 언론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 적인 조치로는 내년 초 광양 백운산고로쇠에 대한 명성회복이 부족하기에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백운산고로쇠약수'라는 이름을 걸고 선량하게 채취하고 판매하는 대다수 농가의 바램 일 것이다.


백운산고로쇠 파동은 지난 2월 순천경찰서가 단풍나무 수액에 지하수와 사카린을 섞어 만든 가짜 고로쇠를 광양 백운산고로쇠로 속여 판 A 씨 등 두 명을 붙잡아 구속한 사건이다. 이들은 가짜 고로쇠 1만5천여통을 제조해 순천과 광양 백운산 일대 산장과 식당 등 30여 곳에 시중가보다 훨씬 싼값에 공급한 것으로 밝혀져, 광양 백운산고로쇠의 명성에 심한 타격을 입혀 농가수익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