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또 호텔방에 한국대사관의 여성 인턴 직원을 불러들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미일정을 중단하고 중도 귀국한 것은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주장해, 앞서 이 수석의 기존 설명과 달라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죄드린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언론들이 마녀사냥식으로 몰고 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8일 밤 여성 인턴 직원이 가이드를 잘못해서 질책한 후, 동포 여성에게 너무 심하게 대한 것 같아서 이날 워싱턴 DC의 한 호텔 바에서 여성 인턴과 사과의 의미에서 술을 마셨으며, 이 자리에는 운전기사도 함께 있어서 성추행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술자리가 끝나고 나오면서 여대생 인턴의 허리 부분을 툭 치며 열심히 잘하라고 격려했다고 해명했다. 신체적인 접촉은 인정하면서도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음 날인 9일 새벽 호텔 방에서 여대생 인턴이 노크를 해 얼떨결에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긴 했지만 방안으로 들어오게 한 적은 없다며, 그가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한 것은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 동안 시종일관 성추행 등 모든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11일 오후 윤창중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귀국을 종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변인이 귀국을 종용받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성추행 의혹에 대해 굉장히 쇼크를 먹은 상태였고, 그리고 상하원 연설에 들어갈 시간은 가까워오고 해서…"라며 "그때 정황상 100% 기억나진 않지만 제가 귀국하는 게 좋겠다거나 얘기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변인이 "잘못이 없는데 왜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느냐.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들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수석은 또 "'1시반 비행기를 예약해 놨으니 핸드캐리 짐을 받아 귀국하라'고 했다"는 윤 전 대변인의 주장도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 전 대변인을 영빈관 앞에서 5~10분 정도 잠깐 만났을 때, 전광삼 선임행정관으로부터 보고받은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사실이냐고 물었고, 거기서 얘기를 좀 하다가 상하원 합동연설 참석이 워낙 급해 전 선임행정관과 상의해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전날 설명했던 내용의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제가 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치고 수행원 차량을 타고 오는데 이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와 '할 얘기가 있다'고 해 영빈관에서 만났다"면서 만났을 때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말했다"며 이 수석과 상반된 주장을 했다.
이번 사태는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 간의 진실게임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수석은 윤창중의 기자회견에 대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워싱턴에서 불명예스럽고 고위공직자로서 굉장한 품위손상 행위를 했다는 것으로 그게 경질의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측에서는 이번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인사’가 원인이며 여야가 공히 반대했던 자격이 안된 인사를 중용해 빚어진 예견된 사태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전 대변인의 '몰래 귀국'을 방조한 관련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고, 이번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창중이 대사관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것은 하늘도 기함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격을 크게 훼손하고, 세계적으로 대망신스런 이번 사건으로 국민 대다수의 분노를 일으키며, 또한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이번 사태는 파문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진실공방으로 사태의 본질을 왜곡시키려 들지 말고, 관련자들은 모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도 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그 것만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아픈 가슴을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타임즈 편집국 hktimes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