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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이기려면 '심판' 구호가 아닌 '어젠다' 제시해야
작성 : 2016년 01월 24일(일) 15:00 가+가-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인재영입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더민주의 변화는 안철수 의원이 탈당과 함께 '국민의당'이라는 신당을 창당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단언컨대 더민주는 국민의당이 창당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변화, 어림없는 것이었다고 본다. 야권의 분화에 이은 변화,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야권분열'이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 줄 것이라는 시각이 맞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민의당이 창당되기 이전 더민주가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패배를 밥 먹듯 했던 이유는, 너무도 뻔한 '심판선거'만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변화와 '뚜렷한 어젠다' 제시가 없는 무조건적인 심판만 부르짖었다. '심판' 좋다. 잘못한 것은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그런데 야당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겠다고만 했을 뿐, 심판한 다음 새롭게 무엇을 하겠다는 '희망'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야당이 주장하는 '희망 없는 심판'보다 여당이 "잘못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론 고쳐서 잘 하겠습니다"는 회개모드의 읍소와 함께 그럴듯한 새로운 희망을 '어젠다'로 제시하면, 거기에 또 속는다.

그런데 그 지점을 잘 들여다보면 답이 있다. 그건 야당은 '심판'만 부르짖느라 '비판'과 '비난'에 열을 올리는 반면, 여당은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비록 '포장'만일지라도 새로운 '어젠다'를 희망처럼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선거에서 이긴 측은 항상 분명한 어젠다를 제시했다. 지난 14대 대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까지 선거의 '어젠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에 대한 권위주의 통치를 끝내자'며 노태우(본인이 군사정권 수혜자였음에도)는 '보통사람들의 시대'라는 어젠다를 제시했다.(여기엔 양김의 표 분산도 한 몫 했다.) 노태우 대통령이 '물태우'라고 비난을 받을 만큼 권력이 힘없어 보이니까, 김영삼 대통령은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제시한 '영국병 치유' 구호를 가져와서 '한국병 치유'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김영삼 대통령이 말년에 경제파국을 맞자 김대중 대통령은 IMF구제금융이란 국난에 '준비된 대통령' '통일 대통령'이란 어젠다를 던졌다. 그리고 3金의 카리스마가 퇴장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이미지의 '국민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경기불황의 먹고사는 문제를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을 파서라도 경제를 살린다'는 어젠다를 들고 나왔다. 거기에 국민 누구나 갖고 있던 핸드폰 통신비를 절반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강한 대한민국'이란 이념적 어젠다에 '반값 등록금' '무상교육' '노인 수당 지급' 등 진보정당이 주도했던 정책의제들을 더 적극적으로 차용해 유권자를 공략했다.

그리고 직선제 이후 대선에서 여야가 바뀌는 정권교체 속에, 패배한 측이 주장한 것은 하나 같이 '심판'이었다. 1987년 김영삼 김대중의 '독재심판', 92년 김대중의 '3당합당 심판', 97년 이회창의 '3김심판', 2002년 이회창의 '김대중 정권심판', 2007년 정동영의 '이명박 거짓말 심판', 2012년 문재인의 '박정희 독재심판'. 그리고 심판선거 구호로 대항한 후보는 모두 졌다.

즉, 국민들은 정권의 잘못에 대한 심판은 필요하나 심판 후의 희망을 더 바란다는 것이다.

80여일 남은 4.13총선. 더민주이든 국민의당이든 정의당이든 모두 다시 모여 통합야당이든, 야당이 여당을 이기기 위해선 여당보다 더 나은 '희망'이 담긴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당이 여당을 이기기 어렵고, 더민주와 국민의당 역시 누가 더 확실한 '어젠다'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선거 승패가 달려있다.

야당이 증오와 비난만 있고, 비전과 컨텐츠가 없다면 국민들로부터 지지받기 어렵다.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보수여당과 포장만 야당인 양당체제'의 극복만으론 왠지 공허하다. 이 같은 주장은 기본적으로 '부정'에 기초한 명제이며, 또 어떻게 그 가치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도 가지곤 기존의 야권이 '무난한' 패배를 반복해 왔던 익숙한 패턴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은 기득권 세력과 미래 세력의 대결' 같은 구호는 우려스럽다.

더민주이든 국민의당이든, "야권이 중도 관망층을 끌어와 승리하기 위해선 편을 가르는 증오와 비난의 언어는 줄여야 한다"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적과, "비전과 컨텐츠를 제시해야 한다"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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