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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록위마·도행역시·거세개탁' 올해의 사자성어들 '의미심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을 것"
작성 : 2014년 12월 22일(월) 10:05 가+가-

[김호성 한국타임즈 발행인]

[한국타임즈 김호성 기자] 지난 2012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는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이었다.


'거세개탁'이란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으로 '깨어있다고 해도 세상과 화합하기 힘든 처지를 나타내는 의미'로 쓰인다.


'거세개탁'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지은 어부사에 실린 고사성어로, 그가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한 어부가 그를 알아보고 어찌하여 그 꼴이 됐느냐고 물었다.


굴원은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했다.


지난 2012년 교수신문은 '거세개탁'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된 이유에 대해 '혼탁한 한국 사회에서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2년도 '올해의 사자성어' 2위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은 백성에게 있다"라는 뜻의 '대권재민'이,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은 3위를 기록했다.


2013년도 '올해의 사자성어'에는 '도행역시(倒行逆施)'를 꼽았다. '도행역시(倒行逆施)'는 중국 고전 '사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로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도행역시'는 춘추시대 초(楚)나라 오자서가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가 초평왕에게 살해되자 오(吳)나라로 도망쳐 오왕 합려의 신하가 돼 복수에 성공, 이미 죽은 초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의 시체를 꺼내 채찍으로 300번 내리쳤다.


이 소식을 들은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는 그런 행위를 질책하는 편지를 보냈고, 오자서는 편지를 가져온 이에게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어서(吾日暮道遠)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吾故倒行而逆施之)"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중앙대 역사학과 육영수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출현 이후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 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와각지쟁(蝸角之爭,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것처럼 하찮은 일로 싸운다)', 3위는 '이가난진(以假亂眞,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힌다)', 4위는 '일의고행(一意孤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한다)' 등이 선정됐다.


그리고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에는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됐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라는 뜻이다.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서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告함으로써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추천한 곽복선 경성대 교수(중국통상학과)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구사회 선문대 교수(국어국문학과)도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 개입 사건 등을 보면 정부가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교수신문'은 또 '지록위마'의 뒤를 이은 건 '삭족적리(削足適履)'(23.5%)였다도 보도했다. 남기탁 강원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한해 동안 선거용 공약, 전시행정(展示行政) 등을 위해 동원된 많은 정책이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꿰맞추는 방식으로 시행됐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삭족적리'는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데서 유래했다. '삭족적리'를 선택한 박태성 부산외대 교수(러시아 중앙아시아학부)는 "원칙 부재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반영했다"라고 평가했다.


뒤이어 선정된 '지통재심(至痛在心)'(20.3%)과 '참불인도(慘不忍睹)'(20.2%)는 오롯이 '세월호'에 바쳐졌다. 지통재심은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다'는 뜻으로, 효종이 청에 패전해 당한 수모를 씻지 못해 표현한 말이다. 이를 추천한 곽신환 숭실대 교수(철학과)는 "세월호 사건이 우리의 마음에 지극한 아픔으로 남아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지녀야할 마음이자 자세"라고 밝혔다. 많은 교수들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리는 이유로 지통재심을 선택했다.


'참불인도'는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추천한 김언종 고려대 교수(한문학과)는 "세월호 사고처럼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이를 늘 기억하고 나라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 인하대 교수(국어교육과)도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윤리적 각성과 사회시스템의 올바른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추천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올해의 사자성어, 의미심장하다", "올해의 사자성어, 왠지 슬픈 생각이...", "올해의 사자성어, 역시 현 정부 겨냥", "올해의 사자성어, '지록위마'는 비선의 국정농단 질타", "올해의 사자성어 '지록위마',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국정원 대선개입, '공문서가 위조됐지만, 증거조작은 아니다.'-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정윤회 문건 대통령 기록물이지만, 찌라시에 불과하다'-대통령 찌라시 발언" 등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다. 언젠가는 모든 진실이 밝혀지게 돼있다.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고,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馬)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라는 글귀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원칙 없는 우리 사회가 새해에는 '정직과 진실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 바로 잡히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한국타임즈 김호성 기자

hk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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