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평가는 또한 많은 국민들도 공감하는 편이다. 지역주의는 한국정치의 오랜 고질적인 병폐였다. 그런 병폐가 무너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잘못된 정치문화를 선거를 통해 깨뜨린 것이다.
누가 깨뜨린 것인가? 바로 호남의 정치1번지라 불리는 순천시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깨뜨린 것이다. 즉, 선거를 통해 깨어 있는 시민들과 유권자가 깨뜨린 것이지 특정 정치인이 깨뜨린 것이 아니다.
물론 선거에서 지역주의 장벽을 넘어 당선된 정치인은 탄생했다. 그러나 그렇게 탄생된 정치인이 지역주의 장벽을 깨뜨린 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지긋지긋한 지역주의 장벽을 깨기 위한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내는데 성공했던 정치인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정치인이 지역주의 장벽을 깬 것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정치인이 바로 새누리당 대표가 된 이정현 의원이다. 또한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바로 '지역주의 장벽을 넘어선 정치인' 이라는 전 국민적 관심과 3전 4기 도전 만에 이룬 성공스토리가 있다.
그런데 그 성공스토리에 힘 있어 당 대표까지 당선된 후 보여준 이 대표의 인식에 '교만함'이 묻어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 대표는 월간중앙 9월호와의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의 각오를 밝히며 "철저한 비주류였고, 엘리트도 아니었고, 12가구 사는 깡촌에서 태어나 '무수저'로 여기까지 올라왔다"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시신감을 갖자는 취지에서 "저를 보고 모두가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 대목이다. 이 대표는 모두가 꿈을 갖기를 강조하면서 "꿈을 꿨다면 한 번 날아보자. 이정현이 50년 지역주의를 깨지 않았나?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지역주의 장벽이 무너진 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공치사했다.
이처럼 자신이 "지역주의 장벽을 깼다"고 착각하고 공치사하는 것은 '교만함'이다.
지역주의 장벽을 허문 것은 정치인 이정현이 아닌 이정현을 선택한 순천시민들이기 때문이다. 즉, 순천시민들의 선택과 결단이 50년 넘은 '지역주의 장벽을 허문 것'이지, 이정현이 그 장벽을 뛰어넘은 것이 아니다.
순천시민들은 지역주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이전에도 몇 번의 선거를 통해 무조건 야당 후보라고 찍어주는 것이 아니라, 당을 떠나 '인물'을 보고 선택하는 학습과 훈련을 해 왔다. 그리고 그 '지역주의 장벽을 허문' 결정체의 모습으로 이정현 의원이 선택됐을 뿐이다.
물론 이정현 대표가 지역주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도전했던 정신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평가에 기대어 자신이 지역주의 장벽을 깼다고 스스로 공치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순천시민들이 두 번에 걸쳐 이정현을 택함으로서 순천을 '지역주의 장벽을 허문 성지'로 만들어 내면서, 이정현을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스타정치인으로 탄생시킨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 대표는 지역주의 장벽을 깬 성과를 자신의 몫으로 가져가려 해선 안된다.
만약 중앙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그 같은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정치에 입문한 후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당내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성공스토리에 도취될 우려가 있다.
이 대표가 경계해야할 지점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성공스토리인 "지역주의 장벽을 깼다"는 자기도취에 심취되면, 무엇이든 내가 하는 도전과 일이라면 결국엔 성공할 수 있으니 나를 믿고 따라오라는 '오만함'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대표의 자기도취 심취가 '오만함'에 이르면, 이 대표가 내세운 '섬기는 리더십'이 '나의 리더십'으로 바뀔 수 있기에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치인이 '나의 리더십'을 주장하거나 작동하게 되면 '독선'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