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은 예민하고 어려운 관계지만 장기적으로는 야권분열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총선승리를 위해 연대하고 통합하겠다"며 "내년 총선 전까지 천정배 의원과 통합을 이뤄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 원내대표의 발언에 앞서, 정작 새정치연합은 지난 4.29 재·보선에서는 단독선거 전략을 꾀했다. 진보야당에서 선거연합 이야기가 있었지만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불필요한 선거연대는 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분명했다.
그 같은 입장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천정배 의원 등 당을 이탈한 세력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과 그 이후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독자적인 역량강화를 노린 것이었다.
이는 야권연대가 2010년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당선시키는 등 효과를 거뒀지만 이후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야권연대 협상이 '나눠먹기 야합'이라는 여당주장의 프레임에 갇혀 야권연대의 효용이 다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 이처럼 효용성을 다한듯한 야권연대를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슬쩍 분위기를 떠보는 것이다. 즉, 다시 야권연대 및 야권통합 논의에 불을 지핀 셈인데, 이는 재·보선 패배의 원인을 '야권분열'로 잘못 보고 있는 것에 기인한 바가 커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이 국민연금 개혁을 약속해놓고 파기해버렸다.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이럴 때 존재감 있는 야당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은 선명성이고 야당성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의 진단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정부 여당이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는 진단과 선명성 있고 야당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진단은 맞다. 그러나 선거패배의 원인이 야권의 분열이라는 인식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인식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야권의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을 이루겠다는 발상이 그르진 않으나, 제1야당이 4.29 재·보선에서 패한 원인은 분열이 아닌 스스로 무능해서 진 것임을 왜 부인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의 무능과 무기력으로 인해 전패한 선거를 '야권분열'이라는 제3의 사연에게로 원인을 떠넘기는 기만적 행위를 함으로서 무책임한 모습까지 드러내고 말았다.
새정치연합은 자신들만이 야권의 정당성을 갖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일까. 새정치연합 스스로는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타인 또는 제3의 그럴듯한 사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가. 새정치연합도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인전가 화법을 배운 것인가.
지난 이명박 정권 때에도 야권에서는 '빅 텐트'로 통합논의가 일었지만, 실패한 바 있다. 해산된 통합진보당과 한때의 연대로 인해 '종북'으로 몰리며 곤욕을 치룬바 있는 새정치연합이다.
그런데 이제 통합진보당은 없어졌으니 정의당 등 진보야당과의 통합은 고려할만한 대상인 건가. 참 속보이는 정치행태다.
천정배 의원은 4.29 재·보선 과정에서 내년 총선에서 광주전역, 혹은 호남전역에 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에서 승리해 기세가 오른 천정배 의원은 이제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야당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야권연대' 또는 '야권통합' 이라는 큰 논의의 프레임을 들고 선수를 치는 격이다. 아마도 이 원내대표는 광주에서 천정배 의원에게 패배한 것이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기반이자 텃밭인 호남을 빼앗기기 싫은 속내를 드러낸 것은 아닌지.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단일대오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정치란 생물과 같다는 말처럼 변화 가능성은 상당하다. 그러나 무능과 무기력에 무책임까지 드러낸 제1야당이 내년 총선에서는 과연 야권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